베드로전서 2장에는 “거류민”이라는 낯선 표현이 등장합니다. 거류민은 자신의 고향, 혹은 조국이 아닌 타향, 타국에서 지내는 자들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현대어로 번역하면 “이민자”입니다. 캐나다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이 단어는 참 특별하게 와닿습니다. 지금이야 이민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천년 전 중동지역에서 이민자는 그야말로 소외받는 이의 대명사였습니다. 혈연관계를 중시하던 시대에서 고향을 떠나 낯선 타향살이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눈칫밥 먹는 신세였습니다. 그래도 “거류민”의 뒤를 이어 나오는 “나그네‘에 비하면 낫습니다. 거류민은 현재 정착하는 곳이 있기라도 하죠, 나그네는 그야 말로 정처 없이 떠도는 객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베드로전서를 통해 하나님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이 두 개의 단어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당시 도시들은 혈연을 중심으로 초기에 조성이 되었습니다. 대도시로 커가며 인구도 늘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고유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여러 이유로 새롭게 유입되는 거류민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사상이 유입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거류민들의 문화와 사상은 초기에는 낯설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기에 마찰이 생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류민들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거류민들의 사상과 문화는 자연스럽게 흡수됩니다. 그리고 도시는 변화되고 성장해 갑니다.
성경은 바로 이러한 거류민들의 역할을 그리스도인들이 감당해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 거류하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계명과 삶의 방식은 세상과는 맞지 않기에 세상은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묵묵히 그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하나님 나라의 삶을 보여주고 드러내어 결국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변하시켜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거류민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거주민들과 동일하게 변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결코 세상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이 땅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즐 분별하도록 하라(롬12:2)”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잠시 세상에 와 있다가 저 하나님 나라로 돌아가는 나그네들입니다.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삼으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땅의 거류민으로 나그네로 보내신 목적은 무엇일까요? 성경은 바로 그 목적이 첫째,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으로 삼으심으로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십니다. 또한 둘째로,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이 주는 핍박과 환란 가운데에서 묵묵히 하나님의 도를 지켜나감으로 결국은 하나님 나라의 도를 이 땅에 심어 하나님께 이 세상이 영광을 돌리게 함이라고 하십니다.
그럼으로 우리는 지금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 이곳에 잠시 머물고 있습니다. 선교학적인 표현을 들자면 우리 전체 삶은 이 땅을 위한 하나님의 선교사 파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민에 대해 무척이나 호의적이던 캐나다 국민들의 마음이 최근에 들어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거짓뉴스, 정부의 잘못된 정책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혹시 우리 이민자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삶의 모습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돌아봐야 합니다. 일부 몰지각한 이민자들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려선 결코 안됩니다. 비슷하게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동안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다가 최근에 들어 급격히 나빠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죠? 그러나 역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야 합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할 우리의 모습이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는지 말입니다. 일부의 문제라고 그냥 치부해선 결코 안됩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우리에게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육체의 정욕을 이기는 방법은 우리에게 있지 않고 바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을 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우리는 오늘 하루도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성령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에게 순종해 합니다. 바로 이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는 힘겨운 거류민의 삶을 이겨내고 우리에게 맡겨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이 땅을 변화시키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