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소금과 빛의 비유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소금과 빛은 소량으로 맛을 내고 어둠을 밝힌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이민생활을 하면서 웬만한 요리의 간은 척척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요리 실력이 부쩍 늘었습니다만 처음 요리를 할 땐 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소금의 양을 조금만 과하게 해도 음식이 짜버려 맛을 낼 수가 없고 적으면 맹탕으로 싱겁기 일쑤였습니다.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밤은 대낮처럼 밝습니다만 여기 캐나다의 밤은 최소한의 조명으로 어둠을 밝히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밤거리가 너무 어둡게 느껴져 불편하기도 합니다.) 작은 등 하나가 온 방의 어둠을 몰아내고 밝음을 선물로 줍니다. 한 줌의 소금이 음식의 맛을 살려냅니다.
한국교회가 처한 지금의 위기는 크기를 키우는 성장에 매몰되어 버린 것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대형교회가 가진 그늘진 모습을 비난하면서도 대형교회로 성장하는 것이 대다수의 목회자의 꿈이고 성도들이 느끼는 부흥의 잣대입니다. 마치 대기업을 그렇게 욕하면서도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에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라고 하신 말씀의 참의미는 세상 속에 골고루 흩어져서 사명을 감당하는 자들의 모습을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잘 흩어져야 합니다. 물론 성경에 보면 마지막 때가 되면 모이기를 폐하려고 하는 악한 영들의 준동이 있고 그것을 이겨내고 “모이기에 힘쓰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이기에 힘쓰라”는 말씀은 결코 숫자를 늘리고 세력을 키우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는 예배를 막는 수많은 세력과 계략과 유혹을 이겨내고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순절 성경강림 후 예루살렘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자, 예루살렘 교회를 큰 핍박을 통해 흩어지게 만듭니다. 소금은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안됩니다. 소금은 맛을 내기 위헤 골고루 흩어져야 합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은 어둠 속에 있어야지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안됩니다. 흩으신 이유는 바로 다른 곳도 소금과 빛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르시되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루살렘교회도 그러했습니다. 핍박을 피해 흩어진 그들은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였고 이내 복음은 예루살렘을 넘어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한국에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단시간의 성장과 부흥이 한국교회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한국이 헬조선(?)이라는 오명 속에 수많은 이민자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그 안에 분명 우리를 흩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노바스코샤는 캐나다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주입니다. 근래에 들어 한인들의 수가 많이 늘었다곤해도 아직 이민자의 수가 적은 편이며 한인들의 수가 적은 주에 속합니다. 지난 주 캐나다의 총선이 끝났습니다. 핵심쟁점은 바로 이민자였습니다.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캐나다인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를 보며 비슷한 외모의 2종류의 생물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미꾸라지와 지렁이입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반대로 지렁이 한 마리가 땅을 회복시킵니다. 이곳에 우리를 흩으신 하나님은 우리가 이곳에서 짠 맛을 내는 소금으로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사명을 감당하길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금과 빛이 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자기희생이 필요합니다. 녹지 않는 소금은 짠맛을 낼 수 없습니다. 기름을 태우지 않는 등불을 빛을 내지 못합니다. 사명은 자기희생을 통해 가능합니다. 우리가 짠 맛을 내기 위해 어둠을 밝히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시간을 힘을 지혜를 건강을 물질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그것들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면서 사명을 감당할 순 없습니다.
둘째로 소금과 빛은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는 존재이고 빛은 사물을 보게 해 주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말씀은 소금과 빛이 영광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셔야 함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소금과 빛, 그리고 우리. 주님은 골고루 흩으시고 맛을 내고 빛을 내라고 당부하십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