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우리는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전 것은 지나갔다”는 말씀처럼 우리는 과거는 지나간 것들입니다. 좋았던 싫었던 그것은 이제 과거입니다. 이 과거의 산물들이 정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우리 삶을 채우게 되면 마치 삶은 과거의 쓰레기들로 가득 차 버립니다. “호더스(Hoarders)증후군”은 이처럼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강박증을 이야기합니다. ‘아니 왜 쓸데없는 쓰레기들을 버리지 못할까?’라고 의아해 할 수 있지만 호더스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그 작은 것 하나가 없어지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유비무환의 생각으로 우리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답은 의외로 쉽습니다. 작은 것부터 버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내 삶을 좌지우지할만큼의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발견해 가는 것이죠. 그런데 첫걸음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접이식 찜기”는 음식을 쪄서 요리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 찜기를 “캠핑용 화로”로 사용하는 영상이 올라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접이식 찜기”의 판매율이 몇배로 상승해버렸습니다. 이처럼 원래의 용도와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캠핑용 화로”로 사용해 버린 “찜기”는 그을림과 열로 변형이 되어 다시 “찜기”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원래의 목적과 용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 목적과 용도가 아니라도 사용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용하다가는 원래의 목적과 용도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정돈은 원래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물건들을 제 위치에 두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어질러진 집을 정돈하라고 큰 상(간식)을 걸고 청소를 시킬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상을 타려고 청소를 열정적으로 시작합니다만 이내 아이들이 물건을 하나씩 들고 와서 묻습니다. “아빠, 이건 어디다 둬야해?” “아빠, 이건 뭐야?” 청소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정돈해야 할지 모르니깐 정돈이 안됩니다.
혹은 기껏 정리 정돈한다고 했지만 아무 소용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변기”를 가장 더러운 물건에 빗대어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아시는 것처럼 충격적이게도 변기보다 우리가 자주 쓰는 핸드폰이 더 더럽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화장실에서 깨끗하게 손을 씻고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수도꼭지가 더 변기보다 더 더럽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을 씻고 나온 사람의 손에 병균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정리, 정돈은 우리 삶을 잘 아는 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고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아버지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 안에 역사하고 계십니다.
새해를 시작합니다. 2022년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 안에 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한해를 바라보며 어떻게 또 한 해를 살아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아무런 기대조차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시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사실 우리는 결코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새 해 아침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고 새 날을 맞이하며 새롭게 시작하려고 우리의 조상들이 했지만 결코 그런 노력으로 새로워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삶의 여러 가지(대청소, 새해각오, 스타일…)에 변화를 주어도 그것이 결코 우리 삶을 온전히 새롭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마음을 새로운 영을 너희 안에 부어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우리 안에 들어와 계신 성령님을 통해 지금 이루어집니다.
2022년을 시작하는 첫 번째 주일입니다. 오늘 겸손하게 성령 하나님 앞에 엎드리고 주님께서 약속하신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영을 우리 안에 부어달라고 기도합시다. 우리를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불필요한 것들 제거하게 도와주시고 우리의 삶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은혜를 부어달라고 기도합시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