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이야기 중에 무척이나 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읽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바로 출애굽기입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고전 영화들이 출애굽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죠. 그 출애굽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절정)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이들이 홍해를 꼽습니다. 애굽으로 완벽한 분리의 장면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실 출애굽의 전체 이야기에서 가장 절정은 성막이 완성되고 하나님의 영이 구름으로 그 장막에 임재하시는 순간입니다. 비로서 진짜 하나님께서 자신과 언약한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임재하시고 거하시는 장면인 것이죠.
그래서 출애굽기의 후반부는 거의 대부분 이 성막에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성막이 현재의 교회를 상징하는 것임을 잘 압니다. 성막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제사를 받으셨던 하나님은 이제 교회를 통해 그 분의 백성들이 드리는 예배와 찬양을 받으십니다.
그런데 출애굽기를 유심히 읽다보면 이상한 것을 하나 보게 됩니다. 그게 바로 모세가 수상한 장막 하나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것을 “회막”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성막”을 다른 곳에선 “회막”이라고도 부르기에 얼핏보면 성막을 이야기하는 것인가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분명 모세가 세운 “회막”은 “성막”과는 다른 작은 장막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그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성막은 거대한 장막이며 그 안에 부속물도 많아서 레위자손들이 전문적인 방법으로 장막을 해체하고 설치하며 그 안에 부속물을 포장해서 운반하고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막은 모세 한 사람이 설치하고 운반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사이즈입니다. 또한 성막은 항상 이스라엘 백성이 거하는 진의 중심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막은 진 바깥에 설치됩니다. 그리고 성막은 하나님의 백성들 다수를 위한 공간이었기에 공적인 장소였지만 이 회막은 모세 개인만의 사적인 공간입니다.
출애굽기에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과의 만남의 장소로 성막을 만들 것을 지시하십니다. 그곳에서 공식적인 제사가 드려지며 하나님의 공식적인 임재가 실현됩니다. 이것으로 충분해 보이는 데 모세는 왜 이 회막이라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이 회막이라는 작은 천막이 가진 특징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모세의 개인적인 비밀의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하나님은 모세 개인에게 1:1의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그러기에 모세는 회막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주하는 진 밖에 설치해서 다른 이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장소를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공적인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경배하고 예배하며 하나님과의 만남을 이뤄갑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에게 1:1의 개인적인 만남의 장소를 원하십니다.
신학교를 다니던 시절 저에게 가장 특별했던 장소는 바로 기도탑입니다. 학교 정문에서 보면 가장 높이 솟아 있는 곳이 바로 하나님께 기도하는 공간들이었습니다. 채플실이라고 불리는 예배실과는 다른 개인적인 기도의 공간, 그곳은 하나님과 나와의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가장 거룩한 장소였습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만들어가는 장소가 있습니까?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 잠시 벗어나서 하나님과 친밀하고 개인적인 만남을 만들어 가는 거룩한 장소, 그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 분의 말씀 속에서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분에게 기도하며 나의 모든 것을 아뢰는 곳. 그곳이 바로 회막입니다.
이곳이 특정한 장소(작은 기도방, 커피숍…)일 수도 있지만 모세는 이 천막을 이동하면서 원하는 곳에 설치했던 이동식 장소였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특별하게 지정된 공간적인 장소이기보단 하나님과의 교제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다른 것에서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하나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합니다.
금요기도회를 시작했습니다. 그 기도회가 바로 모세의 회막같은 곳이 되길 원합니다.
회막 안에서 모세는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눴습니다. 하나님은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모세와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성경은 기록합니다. 이것은 당시의 가치관으로는 감히 이해할 수 없고 도무지 상상할 수조차 없는 파격적이고 놀라운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로 이 파격적인 조치를 항구적이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에게도 열어두셨습니다. 주님과 더욱 친밀해지는 시간, 우리를 친구로 부르시는 주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는 장소, 그분을 알아가는 기쁨이 넘치는 장소가 그런 은혜의 자리에 서 있는 우리가 되길 소원합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