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요구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주기도문을 가르쳐주십니다. 이것이 우리의 기도의 모범답안이며 가장 좋은 예시입니다. 그런데 이 주님의 기도 안에 보면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는 기도가 나옵니다. 이 기도에 대해 우리는 그래 하나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을 구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물론 우리는 우리의 필요를 하나님께 구해야 하고 그 구함을 하나님은 들어주십니다. 그러나 이 기도의 의미는 단순히 우리에게 먹을 것을 풍족하게 달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와는 완전 반대입니다.
이 기도에서 중요한 단어는 “날마다”, “일용할”입니다. 이 단어를 들은 제자들은 유대인으로서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사건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바로 출애굽 시절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입니다.
“때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서 양식을 비같이 내리리니 백성이 나가서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 이같이 하여 그들이 내 율법을 준행하나 아니하나 내가 시험하리라”(출16:4)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지내는 동안 ‘하늘로부터’ 직접 양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한 없이 쏟아 부어주신 후에 각자 알아서 가지고 가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만나는 “날마다”, “일용할” 만큼만 거둬야 했습니다. 이를 어기고 일용할 분량이 넘는 것을 두면 만나는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나서 못 먹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두지 않고 둔 만나는 햇빛이 내리쬘 때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만나를 공급하시면서 아주 특별한 규칙을 정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신명기 8:3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너를 낮추시며 너로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8:3)
하나님이 만나를 먹이신 이유는 먹을 것, 즉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필요에 대해 하나님이 그 백성에게 가르치시기를 원하시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알게 하려함’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즉 먹는 것을 통해 그 먹이시는 주체가 하늘에 계신 분이심을 분명히 깨닫게 하려 하심입니다.
하나님이 “일용할” 양식을 주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날마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양식을 거둠으로써, 하나님이 매일 자신들을 먹이고 계심을 깨닫고 양식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우리의 삶을 책임지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신뢰하길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날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주님의 기도는 ‘너희는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아라’, ‘너희가 세상에서 필요한 것을 내가 다 주마’와 같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기도의 진정한 의미는 ‘하나님, 우리가 매일의 주님이 우리에게 공급하시는 양식을 통해, 우리를 날마다 먹이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살게 하옵소서, 양식이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게 하옵소서’입니다.
종교개혁자 깔뱅은 주기도문의 주석에서 이 기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리스도가 우리 의식주 문제를 먼저 들고 나오시는 것은 우리를 이런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저 높은 곳으로 이끌어 가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치 일시적인 배불림이 우리의 영원한 영혼의 구원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구하고 하나님만을 모든 혜택의 유일한 출처로 여기며 더없이 하찮은 문제에서도 아버지로서의 선하심에 여러 증거가 나타난다는 점, 더 나아가 그분은 육신의 필요 사항까지도 생각해 주신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 하나님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공급합니다. 믿음으로 나가 우리에게 주어진 그 양식을 거두며 우리를 먹이시고 채우시며 우리를 살피시는 그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하나님을 사랑하며 나가길 원합니다.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마십시오. 내일의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오늘 우리를 먹이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