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다보면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사울만큼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비참하게 사라진 인물을 또 있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고 그가 블레셋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해 내는 모습은 사사기의 긴 어둠을 끝내고 찾아오는 하나님 나라의 회복처럼 보였습니다. 더욱이 사울은 우월한 외적인 모습, 내적인 성숙함의 모습이 더해져서 그를 향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사울은 이내 몇 차례의 사건을 통해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고 끝내 하나님께 버림받고 다윗을 향한 끝없는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왜 이처럼 심각한 변질과 퇴보가 일어났을까요? 도대체 하나님께서 그토록 기뻐하시고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삼으셨던 사울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사울의 인생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말씀이 바로 사무엘상 15장의 말씀입니다.
사무엘을 통해 하나님은 사울에게 아말렉 족속을 진멸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사울은 그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따라 아말렉과 전쟁을 하고 큰 승리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사울은 진멸을 택하지 않고 좋은 것은 따로 남겨두는 선택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울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여겼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생각과 기준에 따라 재해석하여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대로 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코 순종이 아닙니다. 순종은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따르는 것인데 사울은 자신의 생각대로 하였습니다. 순종은 하나님을 주인으로 삼는 것인데 사울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신의 마음의 보좌에 앉아 있습니다. 임박한 전쟁 앞에서 하나님을 끝까지 믿고 기다리기 보단 더 이상 늦어지면 전세가 기운다는 자신의 판단을 앞세위 사무엘을 끝까지 기다리지 않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아말렉을 진멸하기 보단 좋은 것을 남겨두어 전리품과 제물로 삼는 것이 더욱 유용하다는 자신의 뜻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바뀌어 버립니다.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따르지 않는 것이 사울의 모습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내 마음의 보좌에 내가 앉아서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결국 우리 스스로의 모습도 잃어버리는 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면서 내가 내 인생의 항로를 내 뜻대로 조정하며 헤쳐나갈 수 있다고 착각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는 반대입니다. 우리가 주인이 된 인생은 결국 죄의 노예가 되는 인생이 됩니다. 사단의 교활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단은 우리가 주인인 인생을 살라고 속삭이며 하나님을 떠나 결국 죄의 길로 들어서게 함으로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사울을 왕으로 세워 주신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왕인체 살고자 했던 사울은 결국 왕으로서 더 이상 설 수 없는 자가됩니다.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왕이 되지 모하게 하셨나이다”
이런 사울과 반대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다윗입니다. 다윗에 대한 성경의 평가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하였다는 표현이 하나님 마음에 쏙 드는 존재였다고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다윗의 인생을 가만히 보면 수많은 실패와 실수, 끔찍한 범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마음에 합하였다는 표현의 조금 더 정확한 뜻은 다윗은 자신의 마음의 모양을 하나님의 마음의 모양에 일치하도록 다듬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사울과 다윗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 꿇고 자기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고 회개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섭니다.
순종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이 내 생각과 마음과 내 삶에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사울처럼 일치되는 부분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일치되도록 내 삶을 조정하는 회개를 통해 내 삶을 하나님 말씀에 맞추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내 자신을 깨뜨리고 버리는 이 순종이야 말로 우리 자신을 가장 자유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빚진 자로되 육신에게 져서 육신대로 살 것이 아니니라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 무릇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 로마서 8장 12-13절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