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을 만난 베드로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리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아마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베드로는 난감한 상황 속에 빠집니다. 베드로의 장모가 열병에 걸려 누워 있었기 때문입니다. 난처해하는 베드로를 뒤로하고 예수님은 베드로의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십니다. 그리고 열병에서 치유된 베드로의 장모는 예수님의 수종을 듭니다. 아마 손님 대접을 위한 음식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열병이 걸려 며칠 고생을 하다가 이제 고침을 받았으니 조금 쉬고 싶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며칠 제대로 된 식사도 못했을 것인데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이 더 우선처럼 보이는 그 상황 속에서 그녀는 예수님의 수종을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이 수종은 예수님을 집으로 초대한 베드로와 초대에 응한 예수님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너무나도 귀한 섬김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가 우리의 삶 속에 날마다 부어집니다.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가 내 삶속에 흘러감을 깨달으면 우리는 놀라운 감사와 기쁨이 샘솟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은혜에 보답하길 원합니다. 섬김은 바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반응입니다. 그래서 섬김이 있는 곳에는 믿음의 성숙과 하나님을 닮아가는 성장이 있고 하나님 나라의 열매가 맺어집니다. 그런데 때때로 우리가 잘못된 섬김의 모습에 빠지게 되면 섬김을 그저 우리를 지치게 하고 낙심하게 만드는 함정이 될 뿐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섬김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섬김이라고 착각하지만 섬김이 아닌 것을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굴종은 섬김이 아닙니다. 강요나 억압에 의해 내 의지가 아닌 억지로 섬기는 행위는 굴종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이 굴종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원하십니다. 사단은 사람을 죄를 짓게 만들어 죄의 노예로 만들어 자신에게 굴종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 굴종에서 자유롭게 하시기 위해 우리의 죄 값을 지불하시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셨습니다.
둘째로, 우월감에 도취된 교만한 행동도 아닙니다.
거액을 들여 자선사업을 하며 자신이 마치 미개한 자들 위에 군림한다고 여기거나, 혹은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자기애에 빠져 행동하는 것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섬김의 모습이 결코 아닙니다. 섬김은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죽이는 자기 죽임입니다.
셋째로, 상대방에게 댓가를 받기 위해 하는 행동도 결코 섬김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이 함정에 빠집니다. 자신이 누군가에서 a를 베풀면 그 사람도 나에게 a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사람은 섬김을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며 자신이 지금껏 베푼 섬김은 아까워합니다. 즉 섬김의 목적이 섬김을 받는 이의 이익이 아니라 섬기는 자의 이익을 위한 행동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섬김은 어떤 것일까요? 성경은 섬김의 대명사로 예수님을 들어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주인이시기에 섬김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를 사랑하심으로 기꺼이 섬기는 자리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며 억울해 하시거나 우리에게 자랑하시거나 댓가를 요구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섬김의 가치를(십자가의 대속) 모르고 십자가에서 스스로 내려오면 믿겠다고 자신을 조롱하는 자들마저도 용서하셨으며 그 섬김의 죽음을 완수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섬김은 이런 것입니다. 섬김은 사랑함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섬김은 댓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이며 섬김은 자기만족이나 우월감에서 오는 자기위선이 아니라 자기 죽음에서 나오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높임입니다. 섬김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며 섬김은 자기를 죽이는 것이며 섬김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며 섬김은 끊임없는 사랑하며 자신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마치 자기 스스로를 천천히 태우며 빛을 발하는 초와 같은 섬김의 또 다른 이름은 “긴 순교”입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경험한 이들이 하나님께 내어드릴 삶의 변화가 바로 섬김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자들이 섬김의 왕이신 예수님처럼 섬김의 상징인 십자가를 지는 것을 원하셨습니다. 사순절, 섬김의 왕을 따라 섬김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우리 모두가 됩시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