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면 악한 이들이 성공하고 선한 이들이 마치 손해를 보는 듯한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실망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며 때때로는 선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버릴 정도록 낙담하기도 합니다. “신정론(하나님의 다스리심)”이라고 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성경 속에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재미있게도 신앙의 거인들조차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시편 73편에서 성전에서 찬양인도를 맡았던 아삽은 ‘아무런 재앙도 없이 잘 살다가 심지어 잘 죽는 악인의 형통을 보고 질투가 나서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하박국 선지자는 하나님께 “왜 악인을 심판하지 않으시고 그들이 잘 살도록 내버려두시냐”고 따져 묻기조차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내린 이 고민의 답은 우리에게도 큰 울림이 됩니다. 시편 37편은 이 오랜 질문에 대한 다윗의 결론이며 믿음의 고백입니다. 그리고 결론에 앞서 이야기 드린다면 이것은 결코 깊은 성찰이 없이 성급하게 내놓은 얕은 결론이 아닙니다. 그의 결론은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절대 신뢰하라!”입니다.
하나님을 향해 따져 묻는 하박국 선지자에게 하나님은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놀라운 답을 주십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이것은 하나님의 정의로운 다스리심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선을 기뻐하시고 악을 미워하십니다. 그러기에 악인은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으며 의인은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삶이 됩니다. 다윗은 바로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시편 37편 1-6절까지 악인을 부러워하지 말고 오직 여호와를 의뢰하고 선을 행하며 하나님께 길을 맡겨드리면 하나님이 우리 인생을 빛나게 하실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그러나 이 답은 결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의문에 온전한 답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우리의 눈에는 악인들이 더 잘 사는 세상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믿음으로 살라는 이 결론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와닿을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을 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처음과 끝을 동시에 보는 분이십니다. 즉 우리는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우리의 한정된 시간에 국한하여 바라보며 판단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을 잣대로 본다면 우리는 실족할 수밖에 없고 악인들의 형통함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 성공적이었음을 대변해 주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지금이, 이 세상에서의 시간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 영원한 시간이,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음을 압니다. 하나님의 다스리심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겨울이 오면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듭니다. 여름만을 보며 풀과 꽃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믿음으로 사는 의인들의 삶은 지금 이 순간 손해보고 피해를 입고 놀림을 당하고 어리석어 보여도 하나님을 의뢰하고 선을 행하며 땅에 머무는 동안 오직 하나님의 성실을 따라 성실함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온전히 신뢰하고 우리의 인생을 그분의 뜻에 맡기고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언젠가 우리의 삶이 하나님 앞에서 평가받는 그 때에 가릴 수 없는 정오의 빛처럼 빛나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이 있을 때 “선을 행하고 고난 받은 자의 삶이 복되다”는 권선징악과는 너무나도 다른 역설의 말씀이 비로소 이해되어지고 받아들여집니다. 여기까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간 이들은 한 걸음을 더 내딛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다스리심이 지금 이순간만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윗은 그것에 대한 답을 시편 37편 25절에서 내놓습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의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역대기의 지루하게 이어지는 족보가 바로 하나님의 다스리심에 대한 증거이며 지금까지 쌓인 인류의 역사가 그 증거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십시오. 그분의 다스리심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십시오. 지금 내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손해를 보는 인생을 산다고 해서 악인들이 지금 조금 더 형통하고 편안하고 잘 된다고 해서 부러워하거나 불평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눈은 결코 가려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의 모습입니다. 우직하고 진중하며 느린 듯 보이나 결코 멈추지 않고 세상에 허탄한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여호와의 성실하심을 좇아 살아가는 믿음의 삶! 정오의 빛처럼 빛나는 삶입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