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강원도 한 작은 소도시에 집중된 것입니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선수단의 입장을 끝으로 한 겨울 매서운 추위 따위는 멀리 날려버릴 뜨거운 열정으로 무장한 전 세계 각국의 선수단의 입장이 끝났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금, 은, 동메달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올림픽을 떠올리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동계올림픽은 아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경기 중 있었던 일입니다. 경기가 종반을 향해 나아갈 때 브라질의 리마 선수가 단독 1위로 앞서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승선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길 가에 관중 한 명이 경기 트랙에 난입하여 1위로 달리고 있던 리마 선수를 넘어뜨립니다. 전 세계가 그 충격적인 장면을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흔히 마라톤은 인생에 비유되는 스포츠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척이나 고된 운동이며 동시에 혼자 달리기에 외로운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라톤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인데 때때로 마라톤 선수들은 신발에 들어간 작은 모래알 때문에 경기를 완주하지 못하기도 하고, 옆 사람을 너무 신경 쓰다 자신의 페이스를 놓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번 무너진 페이스를 다시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오래 시간 훈련을 한 선수들이라도 막상 경기에서 완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마라톤 경기에서 그것도 1위로 달리는 선수가 누군가에게 밀쳐 넘어졌으니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사건이었는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리오 선수가 넘어진 사이에 2위로 달리던 선수가 그를 앞질러 갑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리오선수가 비틀거리며 다시 달렸지만 이미 추월당한 1위를 탈환하기에는 벅찼고 아니 넘어지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이미 잃어버렸기에 달리기조차 힘에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전 세계 중계석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 금메달을 도난당했다. 방만한 경기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리오 선수는 환하게 웃으며 동메달 시상식에 섰습니다. 기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리오선수에게 묻습니다. “금메달을 뺏긴 것이 분하지 않습니까?” 그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기를 “아니오, 제가 방해 없이 달렸더라도 금메달을 받을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저는 제가 최선을 다해 완주했고 이 동메달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마라톤 완주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완주의 기쁨을 온전히 누렸던 사람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경주를 달립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최고의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씁쓸한 사실을 우리는 이미 많은 경험으로 체득했습니다. 때때로는 나보다 앞서 나아가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죽어라 쫓아가다 낙심한 적이 있고 또 때로는 몇 사람 추월해 가며 우쭐해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생각지 못했던 일로 넘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의 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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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달리는 중입니다. 나의 인생의 마라톤은 나만의 경주입니다. 다른 이와의 순위 경쟁은 무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완주하는가 그렇지 않는가 입니다. 여기에서 전도서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인생을 완주하는데 있어 우리는 매순간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도우심을 구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인생의 경주에서 함께 달리십니다.
오늘 나의 넘어짐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지 우리는 모르지만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 넘어짐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승선에서 우리와 함께 달린 하나님으로부터 칭찬과 상급을 받을 것입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