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분별하라!!

캘거리는 참 특별한 도시입니다. 캘거리에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차로 한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록키산맥이 병풍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동쪽 하늘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반듯한 지평선이 보일 뿐 산은커녕 언덕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캘거리에서 보이는 록키산맥은 나지막한 언덕정도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갈수록 놀라운 록키산맥의 위용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이번 노회 기간에 잠시 짬을 내서 록키산맥이 있는 밴프라는 도시를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놀라운 이야기 하나를 들었습니다.

록키산맥이 있는 지역은 만년설이 뒤덮은 빙하지역이 남아 있는 고원지역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수목한계선이 뚜렷한 경계를 드러냅니다. 사실 캘거리의 평지에는 나무조차 없기에 록키 산맥에서 만나게 되는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은 그 자체로도 장관입니다. 그런데 이 록키의 나무 숲을 보면 곳곳에 말라죽어 버린 나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질병이나 곤충의 피해가 아니라 그냥 말라죽은 것인데 옆의 나무는 멀쩡히 건강하게 잘 살아 있는 것을 보면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밴프 방문 기간에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늦겨울 록키산맥에는 원주민들의 용어로 “눈을 먹는 바람”이라는 특별한 고온의 바람이 불어 올 때가 있습니다. 평균 –15도 이하의 겨울 온도의 밴프에 이 바람이 불면 갑작스럽게 영상으로 온도가 올라갑니다. 기상관측에 따르면 몇 시간 만에 40도의 기온이 올라간 적이 있다고 하니 정말 말 그대로 눈을 먹어버리는 바람인 듯합니다. 이 바람이 불면 급작스럽게 록키산맥에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때 나무가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나무를 덮고 있던 눈이 녹아내리는 것을 마치 실제로 봄이 왔다고 여기고 싹을 틔우기 위해 줄기와 기둥에 수분을 빨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나무가 가을에 고운 단풍이 들며 잎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줄기와 기둥에 수분을 없애기 위함입니다. 그래야 겨울 기간에 그 수분이 얼어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은 얼음으로 변하면 부피가 커지게 되고 줄기와 기둥의 나무 수맥통로가 다 찢어져서 결국은 말라죽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봄이라고 착각하고 서둘러 싹을 틔우기 위해 양껏 수분을 흡수한 나무는 바람이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찾아오는 영하의 추위에 그만 수맥이 얼게 되고 결국 그렇게 말라죽게 됩니다.

우리는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모두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부담 가운데 살아갑니다. 그래서 모두가 변화에 민감하고 변화에 뒤쳐질까 염려합니다. 변화에 잘 순응하면 성공하는 자처럼 보이고 그렇지 않고 변화에 뒤처지면 실패한 자로 비춰집니다.

그런데 록키산맥의 나무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 하나를 줍니다. 무턱대로 변화에 따라가다가는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라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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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시대를 분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로마서 12장 2절에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라고 말씀하시면 무분별하게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는 것을 경계하십니다.

여러분, 우리는 과학이 “종교”가 되어버린 시대, 포스트모더니즘의 깃발 아래 절대적 가치를 잃어버려 무의미해진 상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 거짓 휴머니즘 속에서 인간 본질의 인간성을 잃어가는 시대, 진보와 보수의 이념이 아니라 경제라는 거대한 우상의 손아귀 아래, 정의와 불의라는 잣대가 아니라 이익의 많고 적음이 잣대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사시대의 영적 흑암기가 바로 이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아무런 고민없이 그저 너무나도 편안하게 잘 적응해 나가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우리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길일까요?

잠시 스쳐가는 거짓 바람에 속은 나무는 결국 말라죽게 됩니다. 묵묵히 시대를 분별하며 살아가는 자는 참 봄,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는 그 날에 푸른 거목으로 주님 앞에 칭찬 받는 자가 될 것입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